이제는 아침 바람이 제법 선선합니다.
어제 밤에는 앞 뒤 베란다 창문을 모두 열어 놓고 잤으니 말입니다.
계절은 아무도 모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 사람들처럼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마주하는 아침이 사뭇 다릅니다.
지나가는 꽃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여름과 다가올 가을을
눈감고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으로라도 만져보아야 하겠습니다.
건물 사이로 지날 때 불어오는 아침바람은 상쾌하며, 부드러우며 싱그럽습니다.
밤새 더워서 켜놓는 에어컨 차가운 바람과는 바람결이 다릅니다.
수채화의 농담(濃淡)을 단순하고 투명한 단색으로 표현하듯이
오늘 아침 바람은 지인의 거실에 걸린 한 폭의 수채화 그림처럼 순수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릴 적 기억으로 돌아가나 봅니다.
Ps. 등줄기에 땀이 흐르지 않는 것으로 보니 가을이 오긴 오나 봅니다.